관찰하는 정성 리서치, 추적하는 정량 리서치

2020. 11. 2. 18:56Marketing/Digital Marketing

UX리서치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바로 정성 리서치와 정량 리서치다. 흔히 UX리서치 방법으로 고객 대상의 인서튜나 UT(Usabilty Test)를 떠올리지만 이는 정성적 연구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 보다 세밀하고 정확한 리서치 결과를 얻기 위해선 고객의 의도를 파악하는 정성 리서치 외에도, 고객의 행동을 분석하는 정량 리서치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정성 리서치와 정량 리서치는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물론 그 목적부터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활용하려면 두 가지 방법의 차이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성 리서치와 정량 리서치의 차이

UX리서치는 고객의 태도(Attributional)와 행동(Behavioral)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정성리서치는 각 고객에게 직접 접촉하여 묻고 응답받는 형식으로, 특정 상황 및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왜 그렇게 느끼는지 '태도'에 대한 정황을 파악한다. 반면 정량 리서치는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하거나 그들의 로그 데이터를 측정하여, 실제 고객이 언제, 무엇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행동'에 대한 사실을 증명한다.

 

 

두 리서치 방법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목적과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정성 리서치 (Qualitative UX Research)

1. 숫자로는 알 수 없는 고객 행동의 원인과 의도,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2. 고객에게 왜 그런 태도와 행동을 취했는지 질문하고, 응답을 수집한다.

3. 실제 대면하여 직접적으로 관찰하고, 이해하고, 발견한다.

4. 인터뷰, UT, 다이어리 조사, VOC 분석 방법을 활용한다.

5. 적은 수의 표본을 통한 심층적 분석이 가능하다.

6. 고객의 답변이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진행이 가능하므로, 조사 방식과 질문을 변경할 수 있다.

7. 지표에서 발견할 수 없던 단서를 찾을 때 유용하나, 객관적이고 명료한 기준을 들어 분석하기 어렵다.

 

정량 리서치 (Quantitative UX Research)

1. 다수의 고객들이 특정 기간 동안 어떤 행동을 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2. 고객이 언제, 무엇을 했는지 찾기 위해 수치화 된 데이터를 도출한다.

3. 도구를 활용하여 간접적으로 측정하고, 예측하여 분석한다.

4. 서베이, 로그 데이터 및 구매 데이터와 같은 복합 데이터를 분석한다.

: SQL, Python, R/SAS, Presto, Tableau 등의 수치적, 통계적, 수학적 도구를 활용한다.

5. 많은 수의 표본으로 객관성을 확보해 공식화, 일반화 할 수 있다.

6. 이미 완료된 사실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조사 방식을 변경할 수 없다.

7. 빠른 분석이 가능하나, 고객이 행동한 이유를 전부 추정하거나 예측하기는 어렵다.


마트에서 쇼핑하는 고객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특정 시간대에 다수의 고객이 매장에 진입해 어떤 동선으로 움직였는지, 무엇을 구매했는지, 몇 분 동안 쇼핑을 했고 총 결제 금액은 얼마인지를 조사하는 것은 정량 리서치다. 여기에서 각 고객에게 어떤 목적으로 쇼핑에 나섰는지, 왜 그 물건을 구매했는지, 쇼핑 경험이 만족스러웠는지를 직접 묻는다면 정성 리서치라고 볼 수 있다.

 

정확도를 높이는 두 리서처의 교차검증

정성 리서치와 정량 리서치는 상호보완의 관계를 띈다. 인터뷰 답변과 같은 정성 데이터를 정량 리서치로 검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고객은 자신이 깊게 고민해보지 않은 상황에 대해 질문 받은 경우 '나라면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추측하여 답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객관적으로 고객의 실제 행동을 분석하여 수치적인 데이터로 검증하는 것이 바로 정량 리서처의 역할이다.

 

나이가 유사한 고객 집단에서도 공통적인 행동 패턴을 보이고 있는지 데이터를 교차 검증하며 리서치 결과의 정확도를 높여나간다. 다음은 고객의 인터뷰를 교차 검증한 사례다.

 

 

고객 이 씨는 쿠팡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 '로켓 와우'를 중도 해지한 고객이다. 인터뷰에서 이 씨에게 멤버십 해지 사유를 물으니 "혜택이 유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더불어 각 와우 혜택을 인지하고 있는지 서베이를 진행했을 때에도 무료배송, 새벽배송 및 당일배송이 와우 전용 혜택임을 모른다고 체크했다. 하지만 이 씨의 행동 데이터를 추적해보니, 무료배송, 새벽배송 및 당일배송 등 와우 멤버십 전용 혜택을 이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고객은 멤버십에 어떤 혜택이 있는지 잘 알지 못하며, 와우 전용 혜택을 경험하고도, 이를 혜택으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후 PO, 디자이너, 개발자는 리서치 결과를 토대로 고객이 혜택을 인지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UX를 개선하여 로켓 와우 회원의 이탈을 줄일 수 있었다.

 

두 리서처의 교차 검증으로 고객의 말과 실제 행동의 간극을 발견하여 정밀한 가설을 세운 사례다. 정성 리서처는 인터뷰에서 '혜택이 유용하지 않아서 멤버십을 중도 해지했다'는 인과 관계를 파악했다. 이 응답이 유효한지 검증하기 위해 정량 리서처가 해당 고객을 포함해 서베이를 진행하고, 동시에 실제 고객의 행동을 추적했다. 이렇듯 정성 리서치만으로는 정확도에 한계가 있고, 정량 리서치만으로는 고객의 진짜 의도와 속뜻을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위해선 두 가지 리서치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정성 리서치 결과를 정량 리서치로 검증해야 하는 상황을 또 다른 예시로 살펴보자. 로켓프레시의 신규 고객을 충성 고객으로 전환하고자 한 사례다.

 

*로켓프레시는 과일, 채소, 정육, 수산, 반찬 등 수 천 가지의 신선식품을

다음날 새벽까지 문 앞으로 배송해주는 쿠팡의 장보기 서비스다.

 

쿠팡 UX 리서치팀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고객 인터뷰를 시작해 약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응답자의 로그 및 구매 데이터를 종합하여 분석하기로 했다.

 

인터뷰에 앞서 정성 리서처는 '로켓프레시 구매 횟수'에 따라, 신규 고객 그룹과 충성 고객 그룹을 분류했다. 그 다음, 각 고객의 실제 주문 목록을 바탕으로 구매 이유를 인터뷰 했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정말 신선할까? 여기서 사도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상품을 몇 차례 구매해보니, 로켓프레시 상품의 신선도에 신뢰가 생겼다.

 

로켓프레시 구매 경험이 늘어날수록 정말 신선식품에 대한 신뢰가 쌓일까? 정량 리서처는 정성 리서처의 인터뷰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을 시작했다.

 

어떤 상품을 구매했을 때 로켓프레시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는지 파악하기 위해 신규 고객과 충성 고객이 구매한 프레시 상품 내역을 비교해봤다. 그룹 A(신규 고객)는 상대적으로 신선도에 덜 민감할 수 있는 냉동 및 가공 식품 구매 비율이 높고, 그룹 B(충성 고객)는 신선도가 중요한 채소 및 과일, 냉장 식품을 더 많이 구매하는 경향을 띄었다. 로켓프레시에서 구매 경험이 늘어날수록, 신선 식품에 신뢰가 쌓인다는 인터뷰 결과를 정량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고객의 신선식품 구매 경험을 늘리기 위한 여러 가지 실험을 시도할 수 있었던 리서치 결과였다.

 

 

결국 같은 목표

앞서 소개한 것처럼 정성 리서처와 정량 리서처의 업무는 분명 다르다. 그러나 넓게 보면 프로덕트를 만들어가는 팀의 일원으로서 PO, 디자이너, 개발자와 함께 '고객 만족'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일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쿠팡 UX리서처는 UX디자인에 대한 근거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이 처한 문제를 먼저 발견해 비즈니스에 대한 가설을 제안하기도 한다.

 

 

쿠팡 리서치 조직은 UX리서치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2012년부터 쿠팡의 성장을 견인해왔다. 빠르게 변화하는 조직에서 팀이 오랜 시간 뿌리내리며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리서처의 직무를 이해하고, 그 역할에 무게를 실어준 동료와 환경이 있었다.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위해 업무를 세분화하고, 고도화하는 것 또한 전사적인 지원과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쿠팡 리서치팀은 그간 쌓아온 노하우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쿠팡의 데이터드리븐 문화를 더욱 발전시키는 중이다.

 

 

 

 

 

(출처: brunch.co.kr/@coupangdesign/53?fbclid=IwAR0-Jq0zGYyaA8Tb91jD4YFYTlRZfFSkhJJtb0D1z39CdpNHsEGvAXPaJz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