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없는데, 분석을 하라고?

2020. 12. 16. 23:38Marketing/참고자료

어느덧 액세서리 커머스에 입사한 지 3개월이 넘었다. 지금까지 나는 데이터 분석가로서 어떠한 일을 했을까? 돌아보면 답은 하나였다.

" 데이터 찾기 "

커머스는 본질적으로 유저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즉 유저와 상품이 없으면 커머스는 돌아가지 않는다. 반대로 커머스가 성장하려면 유저를 알아야 하고, 상품을 알아야 한다. 나에겐 유저를 알고 상품을 알아야 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러나 그것들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전무했다.

"상품을 파는데 품번(고유번호)이 없다?"

 

이곳은 어떤 곳이지? 유저는?! 상품은?!

 

커머스에 입사하여 데이터를 본다면 어떤 게 가장 궁금할까? 나의 경우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 어떤 것이고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그렇게 처음 내려받아본 주문데이터를 봤을 땐 나의 눈을 의심했다. 푸..품번이 없어..? 이곳의 경우 카페24 쇼핑몰 호스팅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자체적으로 지정한 품번이 아닌 카페24에서 무작위로 지정하는 품번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게 왜 문제가 돼?"

이게 왜 문제가 되냐 생각할 수 있지만, 자체적으로 품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상품의 특징을 기록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의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고유한 품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특정 상품의 이슈로 상품명을 바꾸는 등의 이유로 상품의 판매 데이터는 취합되지 않은 채 남게 된다. 즉,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 내가 해낸 것"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로 분석을 하고, KPI를 잡고, 앞으로의 방향을 설계한다면? 데이터 분석가가 회사를 말하먹는 아주 멋진(?) 사례가 탄생했을 것이다. 나는 회사를 말아먹고 싶지 않았으며, 더욱 성장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데이터 분석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았다. 가장 큰 틀은 당연하게도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의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도록 개선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자체 품번(고유번호) 기획

상품의 특징을 담은 고유번호를 기획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첫판매가 이루어지기 전에 기획하는 것이 아닌, 상당한 상품을 판매 중인 경우엔 더욱 어려워진다. 먼저 자체 품번을 기획하려면 상품의 특징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액세서리 분야 경험은 전무했던 나로선 공부가 유일한 답이었다. 주얼리 용어, 소재 등 다양한 액세서리의 내용을 알아야 했고, 그걸 품번에 담을 수 있어야 했다. 또한 이미 판매가 이루어진 상품의 모든 내용을 포함할 수 있어야 했다.

 

#2 카페24에 등록된 상품 자체 품번 적용

카페24에 자체 품번을 적용하는 일은 단순 막노동에 불과했지만, 고려할 사항이 많이 있었다. 혹시 모를 경우 전부 체크해보고 맞는지 테스트해보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카페24에서 내려받는 데이터는 유동적으로 적용되는지, 카페24에서 자체 품번을 필드로 적재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만 했다.

(해당 내용을 설명하자면, 각 상품에 자체 품번을 적용할 때 그동안 판매했던 모든 주문데이터가 적용되는지, 등록한 자체 품번의 내용이 필드의 형태로 생성되어 출력되는지를 확인)

 

#3 전사적으로 상품을 관리하는 문화(?) 만들기

자체 품번을 카페24에 적용만 하고 다시 방관한다면, 데이터는 다시 엉망진창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혼자 기획한 내용을 전사적으로 알리고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으면, 그동안 했던 것처럼 상품은 출시될 것이고 데이터는 다시 엉망인 상태로 돌아간다. 따라서 상품 출시 과정에 관여하고, 출시 과정에서 품번이 적용되는 시점을 관리하였다. 즉 소비자에게 상품이 보여지기 전에 데이터 합을 맞추는 과정을 거쳐 데이터가 뒤죽박죽이 되지 않도록 전사적으로 중요성을 알아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4 자체 품번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앞에서 언급한 3가지를 모두 이루어도 딱 한 가지 부족한 게 있었다. 그건 바로 데이터 분석가가 마음대로 데이터를 뽑을 수 있는 환경이다. 카페24 쇼핑몰 호스팅 서비스는 데이터를 친절하게 적재하고 공유해주는 서비스는 아니다. 그들의 방식과 그들의 정책에 맞게 데이터를 일부분만 공유하거나 담당자에게 따로 요청을 해야 받을 수 있었다. 너무나 불편한 구조로 이루어진 이 구조를 깨기 위해 자체 DB를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선택한 방법은 BigQuery와 카페24 API 였다.


데이터 분석가로 입사한 나로선 황당한(?) 경험임과 동시에 의미있는 경험이기도 했다. 단순하게 SQL, Excel, Python 등을 활용하기만 하는 분석가가 아닌, 전사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그로스팀에 속하며 그 이름에 걸맞는 출발이었다.

 

 

 

 

 

출처 : brunch.co.kr/@hozoon1027/1